찢어지게 가난해서 단칸방에서 연탄불을 때우던 나의 어린시절에도,

먹고살만해졌는지 아버지가 사장님 소리를 듣던 학창시절에도,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하던 청년시절에도 나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거의 없다.

지금역시도 마찬가지.



국민학생이던 시절에 주말이면 아빠와 야구경기를 보러가던 친구도 있었고,

놀이공원을 가던 친구도 있었고 백화점으로 쇼핑을 간다던 친구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친구들은 아주 소수의 친구들이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아마 나와 환경이 비슷했던것 같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우리 부모님은 바빴던것과,

내가 살았던 곳이 달동네 근처였기에

그냥 그런 동네환경이 작용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 아버지는 나의 성장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릴때부터 생각을 했다.

'나중에 결혼해서 애 낳으면 우리 아빠처럼은 안해야지'


시간이 흘러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다짐했던대로 나는 아버지처럼 하지 않는다.

아이가 손에 쥐고있는것을 사주고, 먹고싶은것을 먹이고, 가고싶어하는곳을 다닌다.


휴일이면 갈곳이 없어도 필사적으로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것들을 내 아이들에게 의식적으로 전달하고 있는것이다.

장난감을 사주고싶고 새옷을 사주고싶고 흥미로운곳에 데려가고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돈을 벌어야하고 더 바빠야하고 더 힘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 자식들은 나처럼 크지 않을테니까,

우리 아이들은 나와 좋은추억을 많이 쌓아서 커서도 좋은 기억만 가지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하니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몸이 너무 힘들어진다.

주말 내내 아이들과 뛰어놀고 반나절을 운전해도 거뜬했는데 어느날부터는 주말에 누워있게되고

아이들만 풀어놓고 앉아있게 되고 일생각이 머리속을 뒤덮으니 스트레스가 늘어난다.


아내가 애들 옷을 골라달라고 해도 "아무거나 사~애들옷이 다 똑같지 뭐" 하고 내할일을 하게된다.

나는 분명 가족들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사는것인데 아버지를 닮아가는것 같다.

나는 아버지를 닮지않겠다고 다짐했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닮아간다.






가끔씩 고민거리가 있을때 아버지한테 물어볼까 생각하지만

물어보지 않아도 무슨대답을 하실지 뻔히 알고있다.


'그럴때는 기도해라'

아버지는 믿음이 강한 분이다.


종교적인 신념인지 나에 대한 믿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믿으라 하신다.


내가 자라던 시절 아버지는 당신 아내를 믿었고 자식들이 잘 클거라는 스스로의 믿음이 

밖에서 더 열심히 일할수있는 원동력이었다는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장맛비가 내리는 오늘밤에도,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고 또한번 다짐하며

며칠전 손주들을 안고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버지도 내 생각을 하고 계실까.


내일은 더 닮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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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 아버지


-가사-

YO~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

어느새 자식들 머리커서 말도 안듣네

한평생 처 자식 밥그릇에 청춘 걸고

새끼들 사진보며 한푼이라도 더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마

위에서 짓눌러도 티낼 수도 없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도 피할 수 없네

무섭네 세상 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 있네 맨날

아무것도 모른체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

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

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어느새 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아빠는 바라는 거 딱 하나

정직하고 건강한 착한 아이 바른 아이

다른 아빠 보단 잘 할테니

학교 외에 학원 과외 다른 아빠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무엇이든지 다 해줘야 해

고로 많이 벌어야 해 너네 아빠한테 잘해

아이들은 친구들을 사귀고 많은 얘기 나누고

보고 듣고 더 많은 것을 해주는 남의 아빠와 비교

더 좋은 것을 사주는 남의 아빠와 나를 비교

갈수록 싸가지 없어지는 아이들과

바가지만 긁는 안사람의 등살에 외로워도 간다

여보 얘들아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여보 어느새 세월이 많이 흘렀소

첫째는 사회로 둘째 놈은 대학로

이젠 온가족이 함께 하고 싶지만

아버지기 때문에 얘기하기 어렵구만

세월의 무상함에 눈물이 고이고

아이들은 바뻐보이고 아이고

산책이나 가야겠소 여보

함께가주시오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오오~

당신을 따라갈래요